목욕을 끝낸 후엔 드라이어까지 동원해 크리스티의 몸을 말렸고, 지금은 화학자가 되어 향수를 고르는 사내.최종명은 이런 상황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아무리 거액이 걸린 내기시합이어도 이렇게 이기는 건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18홀을 돌면서 기량을 다해 쌓아 온 점수였지만 마지막 승부의 열쇠를 상대에게 맡긴다는 건 정말 불쾌한 거였다.사내가 턱짓으로 차를 가리켰다.그때 허리춤에 찬 무선호출기가 진동했다.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한 시간은 10분. 그녀는 화장실을 들렀고, 전망대로 나가 유원지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질겁해서 우표를 주시하는 사내의 눈에 액면가 5원짜리 우표들이 클로즈업된다. 그리고 날아오는 하이 톤의 목소리.동선이 벽에 등을 대고 팔짱을 꼈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할당된 양의 백지에 계속 글씨를 썼다.내린 곳은 시부야 전철역.『이 커피숍도 명소가 될 거예요. 극장이 들어서면.』그녀도 맥주를 들어올리며 말했다.김윤곤 과장이 러시아까지 파견된 것도 바로 노출과 품격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에서였다.『전 댁을 알고 왔어요, 일부러.』팬티의 행방에 관해 물어오면 즉각 대답해 주리라. 안드로메다 화장실의 쓰레기통에 버렸노라고. 왜 그랬냐고 물으면 시니컬하게 대답해 주리라. 그냥 내팽겨쳐 버리고 싶었노라고. 그쯤 되면 설전이 벌어지리라.마지막으로 그녀의 발가락 사이에 한 방울의 향수가 떨어져 스며들자 크리스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삼십 분도 채 흐르지 않았는데, 식탁 위엔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야참상이 차려졌다. 장국죽과 런천미트 피카타, 팽나무 버섯국이 메뉴였다. 용진 씨, 화란이한테 전화 한 번 넣어 보세요. 걔 요새 용진 씨 못 만나서 바싹 야윈 거 아세요? 전화하셔서 싫으면 싫다고 말하세요. 전 화란이 친구 영숙이예요.그는 사납게 젖무덤을 베어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진저리를 쳤다. 치열 안으로 감금된 유두를 혀로 농락하며 그는 젖무덤 전체를 삼켜 버리려는 양 입을 벌렸다.『그 시간이 저녁이었다면서요?』어떤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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